[김원장의 맥주 SSUL] No.007 Belgian Dark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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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교육업을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아주 많은 수강생들을 만나왔었고,

기억에 남는, 인상 깊었던 학생이 있느냐?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한 둘이 아니라 하겠지만,

최근 문득 잔상이 깊게 남는 학생 한 명 떠오른 것이 오늘 글의 주제로 연결되었다.

 

코로나19 전이었으니 성수동에서 맥주학원을 운영하던 2018~19년 쯤의 수강생이었고,

맥주 양조 레시피를 제작하는 과정(중급홈브루)까지 수강한 학생이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학원 수강생들 중에 학원 강의가 없어 공간이 비는 날에는

학생 스스로 원한다면 학원 양조 시설을 공방처럼 대여해주고는 했는데, 

해당 학생은 종종 자기 레시피를 바탕으로 공방을 예약하여 양조를 하던 친구였다.

 

하루는 그 학생이 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원장님, 독일 밀맥주는 어두운 버전인 둔켈바이젠(Dunkelweizen)이 있는데, 벨기에식 밀맥주는 어두운게 없나요?"

 

'맥주 스타일 사전' 이라는 책을 쓴 내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딱히 해 본 일이 없었는데, 막상 그 질문을 받아보니 

"그러게, 생각해보니 벨기에는 어두운 밀맥주가 없네.. 뭐 안 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고 답했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제가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 원장님!, 나중에 아이디어나 레시피 감수 부탁합니다!" 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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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만들어 본 벨지안 다크 화이트 이미지) 

 

사실 독일식이든 벨기에식이든 밀맥주 세계에서 메인은 금색을 띄는 제품들이며,

독일식에는 어두운 밀맥주인 둔켈바이젠(Dunkelweizen)이 있지만 애매한 풍미를 가진 맥주라는 평이 많다.

 

마치 하얀 짜장면처럼 사람들이 본래의 것에 기대하는 바와는 다른 느낌을 선사해주는 2인자-3인자 포지션의 타입이라,

부동의 1인자인 금색의 헤페바이젠에 비해 판매량도 많지 않고 인지도도 높지 않은 언더독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대중들의 어두운 맥주 포비아(흑맥주는 강하고 쓸 것이다)라는 선입견까지 더해지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아예 다루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그래서 벨기에식 밀맥주에는 다크가 없는 것이라 본다.

 

하지만 크래프트 맥주의 세계에서는 기존에 없는 맥주를 창조해내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며,

특히 크래프트 맥주 세계의 맥주색깔놀이(?)는 약간의 트위스트로 새로운 맥주를 탄생시키기 좋은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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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IPA 쪽으로, IPA 도 밀맥주와 마찬가지로 금색~진한 금색 정도가 이상적인 맥주로 여겨졌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Red IPA, Black IPA, Brown IPA 등등의 맥주들이 시도되어 한 때 유행처럼 번진 일이 있다.

 

특히 Black IPA 는 기본 개념이 기존 아메리칸(웨스트 코스트)IPA 의 홉의 느낌과 풍미를 최대한 유지한 채

색상만 검은색인 맥주로, 다만 검은색을 내기 위해 필연적으로 흑맥아가 레시피에 포함될 수 밖에 없는데,

소위 Fake Black 과 같은 개념으로 색상은 검지만 탄 맛이나 로스팅 쓴맛은 최소화 한 것이 Black IPA 의 영역이다.

 

본론으로 돌아와, 7년 전 그 학생도 Black IPA 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의 시음 경험을 통해서 알고는 있었고,

자신이 기획하는 역설적인 명칭의 Belgian Dark White(맥주 세계에서 White 는 밀맥주를 뜻한다) 또한

Fake Black 의 가치를 최대한 실현시키기 위해 검은 맥아의 쓰고 탄 맛을 최소한으로만 가져가려 했다.  

 

따라서 기존 벨기에식 밀맥주의 오리지널 레시피로 골격을 만들되, 

어두운 색상과 최소한의 검은 맛을 부여해 줄, 검은 맥아의 선택이 중요해진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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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 기준 여기에 매우 적합한 흑맥아로 미국 Briess 사의 Midnight Wheat 라는 제품이 있다.

제품 특징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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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rless Black Malt (may be steeped or mashed), 550L

Subtle, smooth. Starts slightly sweet. Hints of roasted flavor. 

Finishes exceptionally clean. No bitter, astringent, dry flavors or aftertaste

 

쓴 맛이 적은 검은색 맥아 (당화 시작 때 넣어도 되지만 살짝 담구었다 빼도 됨), 550L

살짝 달게 시작하는 순한 흑맥아로 약간의 로스팅 된 맛을 준다.

끝은 텁텁함,쓴 맛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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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홈브루 재료샵 '서울 홈브루' 설명 가져옴') 

 

개인적으로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은 그 학생이 레시피 제작 사이트 화면 창 앞에 앉아서,

오리지널 벨기에식 밀맥주의 레시피는 만들어 놓은 후, 마지막 Midnight Wheat 맥아를 넣은 수치 창에서

10g 단위로 넣었다 뺐다 하면서 반응하는 맥주 색상을 확인하던 것으로

 

당연히 많은 양을 넣게 되면 색상은 확연히 검어지지만, 그 만큼 쓴 맛이 도드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최적의 비율을 찾기 위해 끙끙대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것이 생각났고, 그 추억의 회상이 오늘 글을 쓰게 했다.

 

그리고 맥주를 양조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맥아를 물에 넣는 당화작업 시,

흑맥아가 포함된 레시피는 당화 후 10분 정도만 되어도 맥즙이 어두워지는 것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따라서 색상만 어둡게 가져가려는 조색만 필요한 레시피에서는 굳이 흑맥아를 60분이나 당화 할 필요 없이,

당화 다음 과정인 여과-스파징에 넣어도 어두운 색상은 충분히 우려낼 수 있으니, 

당시 그 부분에 대한 팁을 준 것도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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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벨기에식 밀맥주처럼 코리엔더와 오렌지껍질도 당연히 투입된 Belgian Dark White 맥주가 완성되어

해당 학생과 함께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이 의도했던 부분이 거의 실현되었으며,

개인적으로도 그 학생의 시도를 통해 여러 영감을 얻을 수 있었기에 의미가 있어 지금도 기억에 남는 듯 하다.

 

위의 라벨처럼 블루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중 맥주 브랜드 Shock Top 에서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코코아와 바닐라를 부재료로 첨가한 벨기에 밀맥주 기반의 다크 초콜릿 윗비어이며,

겨울 시즈널 맥주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발렌타인데이 시즌에 마시면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이다.

 

사실 Belgian Dark White 가 그 컨셉만 잘 지키고 포장만 잘 하면 대중적인 호감 요소는 많다.

워낙 검증된 향긋하고 상큼한 벨기에식 밀맥주 기반에 초콜릿과 같은 검은 맥아가 살짝 얹어졌으니,

 

Shock Top 처럼 초콜릿 위트와 같은 대중들에게도 직관적이고 호감가는 네이밍을 가져가면서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오호?)에 맞춰 나오면 전달할 메시지도 많아 보인다.

 

디테일은 양조적으로 신경 쓸 부분이 있지만, 컨셉 상으로는 특별히 어려울 것이 없는 타입으로

애당초 그 학생도 호기심의 출발이 독일 밀맥주는 다크가 있는데, 벨기에 밀맥주는 다크가 없는가 에서 시작된 것이다.

 

당시 그 학생이 해당 맥주의 이름을 붙였던 것이 기억났는데, '호가다크' 였나 그랬다 ㅎㅎㅎ

 

아무튼 수 많은 초보 홈브루 학생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뽐내려 맥주에 부재료를 이것저것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해당 컨셉은 찾아보면 이미 누군가가 시도해 본 것이라 개인적으로 딱히 창의적이거나 신선한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위의 학생은 나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던 사실을 비틀어서 생각한 후 직접 실현해보았기에 특별해 보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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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학생이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이유로는 7년 전 당시 나 또한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사람들이 안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새롭게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대세가 되는 스타일들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OO 지역의 YY 양조장이 20XX 년 처음 선보인 것에서 시작하였으며.. 그 후 인기를 끌어..'

 

EP.005 BJCP 관련된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유지되는 한

새로운 맥주 스타일은 의도를 했든 우연으로 나왔든 계속 개발되어 나올 것이고, 

그것이 대세가 되어 시장에 정착하면 정식 맥주 스타일로 인정받는 수순을 거치게 된다.

 

개인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건데, 만약 그 학생이 정식으로 자신의 맥주 양조장을 2019년에 차린 후,

의지를 가지고 Belgian Dark White 를 출시하였고, 또 만약을 더해서 그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차피 시작한 상상이니 더 스케일 크게 펼쳐보면, 뜬금없이 개정된 BJCP 2030년에 Belgian Dark White 가 등록되었고,

History 편을 살펴보니 이렇게 되어있다. 대한민국의 ㅁㅁ 양조장이 2021년 시작하여 보급된 스타일로...

 

 

글을 마무리 할 때 쯤 또 문득 떠오른 기억이 아주 오래 전에 '비어포럼' 과 '사계' 펍을 같이 운영했던 

Midikey 형이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 떠오른다. 

 

BJCP 같은 맥주스타일가이드라인에 한국 양조장에서 기원한 스타일을 하나 넣어보는 프로젝트 어떻겠냐고.

 

당시에는 뭔 허무맹랑한 이야기냐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내가 그런 상상을 하고 있다.

원래도 이상한 형님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더 이상한 형님이었던 것 같다.

 

 

 

 

 

  • 양준영

    좋은글 감사합니다

    08.26